단희TV
< 나는 신용불량자였다 >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신불자로 지냈었다. 그 당시에 신불자와 가난 때문에 많은 괄시와 부당대우를 받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내 발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지냈었다. 자동차를 살 형편은 안됐지만, 당시에 영업 일을 해야 해서 차가 필요했다. 빚을 갚으면서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으로 낡은 중고차를 구입했다. 그때 샀던 차는 90만 원짜리 LPG 승합차인 레조였다. 오랜만에 내 차가 다시 생겼다. 중고차 시장에서 차를 사서 몰고 올 때 황홀했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음날 오전 일찍 동네에 있는 셀프 세차창으로 갔다. 차를 깨끗하게 세차하고, 왁스로 광도 냈다. 반나절을 열심히 닦고 광을 내니 제법 깨끗해 보이고 멋져 보였다. 비록 10년이 훨씬 넘은 오래되고 낡은 차였지만 나에겐 너무나 소중했다. 차를 뽑고 며칠 뒤, 거래처 팀장님이 전화가 왔다. "오는 시간 되시면 저녁식사 어때요?" "저녁식사요?" "저번에 좋은 물건 소개해 줘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오늘 제가 쏠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논현동에 맛있는 일식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죠?" "그럼 제가 팀장님 사무실로 갈게요. 함께 제 차로 이동하시지요" 나는 퇴근시간에 맞춰서, 그의 사무실로 갔다. "좋은 차로 모셔야 하는데, 이런 차로 모셔서 죄송해요" "뭘요, 차가 넓고 좋네요" 그는 예의상 그렇게 말했지만, 누가 봐도 오래된 깡통 차였다. 논현동에 있는 제법 큰 일식집에 도착했다. 주말 저녁시간이라서 일식집 앞에 3~4대의 차가 서있었다. 모두 고급차들이었다. 손님이 운전석에서 내리면 직원들이 나와서 차를 한대씩 발렛파킹을 해주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서 차를 앞에 대고 음식점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직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손님, 여기 자리가 없습니다. 저쪽 100m 정도 앞에 공영주차장 보이죠" "저기 골목 끝에 있는 곳이요?" "거기 차 대고 오세요. 주차비는 저희가 내드립니다" "네. 알았어요" 팀장님께는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하고, 나는 차를 주차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보니 자리가 없다고 했는데, 발렛파킹은 여전히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야 알았다. 내 차를 댈 자리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차가 싸구려 고물차라서 발렛파킹 자리에 넣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따지고 싶었지만, 더 궁색해질 것 같아서 참고 그냥 들어갔다. 회를 먹는 내내 나 때문에 함께 부당한 대우를 받은 팀장님에게 죄송하고, 분한 마음에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1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의 그 횟집과 직원의 얼굴과 그 당시 나의 감정 상태들. 그리고 내 차 때문에 함께 뻘쭘함을 경험해야 했던 팀장님. 사람이 아닌 차로 사람을 구분했던 그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돈이 없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이 아닌, 보이는 것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씁쓸했다. 똑같은 죄를 짓고도 사회적 계급에 따라 불공평한 처벌을 받는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有錢無罪 無錢有罪)' 이 말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법률소비자 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고 하였다. 재벌이나 정치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을 매일 많이 만난다. 상담과 컨설팅으로, 비즈니스 미팅으로.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나 역시 누군가를 만날 때 사람 그 자체가 아닌, 상대의 부(富)를 보고 판단하고, 대우하고 행동하지는 않았는지를.
8 months ago | [YT] |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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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신용불량자였다 >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신불자로 지냈었다.
그 당시에 신불자와 가난 때문에
많은 괄시와 부당대우를 받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내 발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지냈었다.
자동차를 살 형편은 안됐지만,
당시에 영업 일을 해야 해서 차가 필요했다.
빚을 갚으면서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으로 낡은 중고차를 구입했다.
그때 샀던 차는 90만 원짜리
LPG 승합차인 레조였다.
오랜만에 내 차가 다시 생겼다.
중고차 시장에서 차를 사서 몰고 올 때
황홀했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음날 오전 일찍 동네에 있는
셀프 세차창으로 갔다.
차를 깨끗하게 세차하고,
왁스로 광도 냈다.
반나절을 열심히 닦고 광을 내니
제법 깨끗해 보이고 멋져 보였다.
비록 10년이 훨씬 넘은 오래되고
낡은 차였지만 나에겐 너무나 소중했다.
차를 뽑고 며칠 뒤,
거래처 팀장님이 전화가 왔다.
"오는 시간 되시면 저녁식사 어때요?"
"저녁식사요?"
"저번에 좋은 물건 소개해 줘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오늘 제가 쏠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논현동에 맛있는
일식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죠?"
"그럼 제가 팀장님 사무실로 갈게요.
함께 제 차로 이동하시지요"
나는 퇴근시간에 맞춰서,
그의 사무실로 갔다.
"좋은 차로 모셔야 하는데,
이런 차로 모셔서 죄송해요"
"뭘요, 차가 넓고 좋네요"
그는 예의상 그렇게 말했지만,
누가 봐도 오래된 깡통 차였다.
논현동에 있는 제법 큰 일식집에 도착했다.
주말 저녁시간이라서 일식집 앞에
3~4대의 차가 서있었다.
모두 고급차들이었다.
손님이 운전석에서 내리면
직원들이 나와서 차를 한대씩
발렛파킹을 해주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서 차를 앞에 대고
음식점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직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손님, 여기 자리가 없습니다.
저쪽 100m 정도 앞에 공영주차장 보이죠"
"저기 골목 끝에 있는 곳이요?"
"거기 차 대고 오세요.
주차비는 저희가 내드립니다"
"네. 알았어요"
팀장님께는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하고,
나는 차를 주차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보니 자리가 없다고 했는데,
발렛파킹은 여전히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야 알았다.
내 차를 댈 자리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차가 싸구려 고물차라서
발렛파킹 자리에 넣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따지고 싶었지만,
더 궁색해질 것 같아서 참고 그냥 들어갔다.
회를 먹는 내내 나 때문에 함께
부당한 대우를 받은 팀장님에게 죄송하고,
분한 마음에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1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의 그 횟집과 직원의 얼굴과
그 당시 나의 감정 상태들.
그리고 내 차 때문에 함께
뻘쭘함을 경험해야 했던 팀장님.
사람이 아닌 차로 사람을 구분했던 그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돈이 없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이 아닌, 보이는 것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씁쓸했다.
똑같은 죄를 짓고도 사회적 계급에 따라
불공평한 처벌을 받는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有錢無罪 無錢有罪)'
이 말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법률소비자 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고 하였다.
재벌이나 정치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을 매일 많이 만난다.
상담과 컨설팅으로, 비즈니스 미팅으로.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나 역시 누군가를 만날 때
사람 그 자체가 아닌,
상대의 부(富)를 보고 판단하고,
대우하고 행동하지는 않았는지를.
8 months ago | [YT] |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