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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새벽이 기다려지는 이유 >

"따르릉~~ 지잉~~ 따르릉~~ 지잉~~"



새벽 4시 30분.

핸드폰 알람이 소리와 진동이 나를 깨운다.

이제 나의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된다.



침대에 누워 팔다리를 길게 펴고

기지개를 켠다.


침대에 일어나 방에 있는 창문을 활짝연다.

얼굴을 창문 밖으로 내밀고

천천히 깊게 심호흡을 한다.



새벽의 맑고 깨끗한 공기를

폐 속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다.



들어온 맑은 공기는 몸 곳곳에 생기를 넣고,

찌든 공기를 몸 밖으로 빼낸다.



나는 천천히 깊게 호흡에

집중하면서 7번을 한다.



왜 일곱 번일까?

그냥 '칠'이라는 숫자가 좋다.

행운의 숫자니까.



1분 정도 천천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방문을 연다.



방문을 열면 항상 사랑스러운 반려견

코코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꼬리가 보이지 않은 정도로 흔든다.

마치 바람개비처럼 뱅글뱅글 돈다.



코코의 기분 좋은 환한 미소가 보인다.

나도 그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참 기분 좋다.



기분 좋은 아침 인사를 하고,

코코를 꼬옥 안고 거실로 간다.



항상 먼저 일어나서 거실에서

TV를 보시는 엄마와 아침 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는다.



엄마는 따뜻한 꿀물을 한 컵 가져다주신다.

달달한 꿀물이 입을 통해 식도를 거쳐

위로 장으로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오염된 것들이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그럼 잠들어 있던 세포들을

꿀물을 머금고 서서히 깨어난다.


소파에 앉아서 엄마와 담소를 나눈다.



"날씨가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 만나면

사람들에게 인사를 잘해라."

"직원들에게 잘 해줘라."



나도 내일 모레면 환갑인데,

81살 노모는 아직도 어린애 같은가 보다.



따뜻한 꿀물을 다 마시시고 나면,

작년에 손수 담가두신 따뜻한

메실 차를 가져다주신다.



"피로회복에는 매실차가 최고래.

천천히 다 마셔라.



감기 걸리지 않게 사무실에서도

옷 따뜻하게 입고 있어라."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따뜻한

매실차 한 잔과 사랑의 사랑이 담긴 잔소리.



매일 반복되는 대화 내용이지만

싫지만은 않다.


엄마와 대화를 나눈 후에 화장실로 간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내 몸에 닿는 따뜻한 물이

잠자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운다.



이를 닦고, 머리를 감고, 면도를 한다.

그다음 거울에 비친 내 몸매도 본다.



"음. 아직은 그런대로 몸매가 괜찮군."



거울을 보며 자화자찬을 한다.

어쨌든 난 기분이 좋다.



방으로 들어와 몸을 말린다.

5~6년 전에만 해도

화장품은 로션 하나였다.



나이가 드니 피부의 노화가 눈에 띈다.

그래서 기능성 화장품을 추가했다.



스킨을 바르고,

에센스를 바른 후에 로션을 바른다.



머리를 말리고 왁스로 머리에 힘을 준다.

거울을 본다. 그리고 말한다.



"음. 잘생겼어~ ^^"



거울을 보며 또 한 번 자화자찬한다.

어쨌든 기분이 좋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

손길 가는 대로 옷을 골라입니다.



옷 위에 섬유 향수를 약간 뿌린다.

냄새가 좋다. 기분이 좋다. 생기가 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거울을 본다.

중년의 아저씨이지만

아직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이런 나를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코코.

코코는 내가 출근하는 걸 안다.



보통 때면 놀아달라고 조를 텐데,

물끄러미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사랑스러운 코코를 안고

거실에 계신 어머니에게 간다.



"엄마! 다녀올게요"



엄마는 내 뒤를 따라

현관까지 마중 나오신다.



"코코야~ 아빠 회사 다녀올게.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

"어머니, 다녀올게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마스크 꼭 쓰고 다녀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린다.

내가 사는 곳은 북한산 자락 아래에 있다.



이곳 새벽 공기는

강원도 산골짜기 공기만큼이나

맑고 신선하다.



생명의 기운이 듬뿍 담긴 새벽 공기를

코로 힘껏 빨아들여 폐로 들여보낸다.



폐 속의 묻은 때가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참 기분 좋다.



출근 전,

나는 숲속 같은 아파트 단지 내를

천천히 산책한다.



산책로 곳곳에 피어난 이름 모를

잡초와 꽃들을 유심히 본다.



생명의 싱싱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참 예쁘다. 사랑스럽다.



온갖 새들을 지저귄다.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운 음악보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더 내 마음속 깊이

들어온다.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들어본다.

새들의 예쁜 지저귐에 내 머릿속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제 눈을 감고 냄새에 집중한다.

새벽의 숲속의 상큼한 내음이

코로 들어온다.



이 세상의 그 어떤 비싼 향수가

이보다 더 좋을까.

기분이 좋다.



신선한 바람이 분다.

상쾌한 공기가 목을 타고

몸속 깊숙이 들어온다.



내 몸의 피부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나는 이 느낌이 참 좋다.



출근 전에 매일 천국과 무릉도원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어찌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나의 오감을 깨우고

느끼는 힐링의 새벽 시간.

내가 매일 새벽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5 months ago | [YT] | 268